이전 포스팅에서는
#1. 내가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를 분명히 할 것
#2. 지도교수님의 선택
에 대해서 다루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실질적인 내용들을 다루어보려고 한다.
| # 3. 시간 및 에너지 관리
대학원에 입학하자마자 내가 고생을 심하게 했던 이유는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던 데 있었다.
대학원 생활은 학부에서의 생활과 정말 많이 다르다.
① 수업
일단 수업 과제의 양이 엄청난데, 과제를 제대로 못하거나 다음 수업에서 다룰 아티클들을 전부 읽어가지 못하면
수업 시간 내내 뻘쭘하고 창피해진다.
그래서 매번 수업을 따라가는데만 일주일 중 3~4일을 온전히 쏟아부어야 했다.
게다가 갓 학부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논문 한 편 읽는데만 하루종일 걸리기도 했다.
매 수업당 논문 3편씩 읽고 보고서 1편을 써야 한다고 치면,
한 편을 모두 읽는데에 당시 3시간씩은 걸렸으니 (이 때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을 모두 노트에 옮겨 쓰며 읽었다 ㅠㅠ)
수업 하나 준비하는 데에 9~10시간, 한 학기에 수업을 3과목씩 들으면 일주일에 총 30시간은 소요된 셈이다.
② 프로젝트 (연구 과제)
사실 대학원생이 수업만 들으면, 수업 준비에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문제는 수업만 듣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까지 참여하게 된다는 점이다.
프로젝트란 쉽게 말하면, 기업이나 국가 기관에서 일정 주제에 대한 연구비를 제공하고
연구원들이 그 연구의 용역을 수행하는 것이다.
연구비는 몇 천 만원부터 몇 억까지 규모가 다양하고 당연히 연구비가 많이 책정될수록 연구도 힘들어진다.
하지만 그만큼 인건비도 많이 받는 건 당연하다.
나는 운이 좋게도(?) 석사 때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는데,
석사 2학기 때는 프로젝트 2개를 동시에 참여했고,
그 중 하나는 지도교수님이 책임연구원이어서 그 밑에 딸린 제자들까지 엄청나게 바빴었다.
특히 갓 석사과정에 입학한 사람은 보통 연구팀의 막내이기 때문에
각종 연구비 영수증 처리, 회의록 작성, 잡무, 노가다, 한글파일 편집, 공무원 혹은 산학 직원과 통화 등등을 도맡게 된다.
단언컨대 (1) 지도교수님이 책임연구원, (2) 대형 프로젝트, (3) 내가 막내이면 최고의 고생을 맛볼 수 있다.
그렇다고 프로젝트에의 참여를 비추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차라리 이런 대고생을 석사 초반에 했기 때문에 나중에 여러 가지 일들을 능숙히 처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 것도 있다.
무엇보다도 어느 정도 수입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참여는 오히려 꿀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③ 중요한 것은 시간과 에너지의 관리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이다.
나는 첫째로 수업들이 그렇게 힘들 줄 몰랐고 둘째로 프로젝트가 그렇게 힘들 줄 몰랐기 때문에
핵폭탄을 맞은 느낌으로 석사 1~2학기를 보냈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 수강신청을 매우 매우 신중하게 잘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수업을 준비하는 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가장 큰 이유는 빡센 수업만 3개씩 들었던 거였다.
(이상하게 나는 수강신청 할 때마다 난이도가 높은 수업들에 도전하는 병이 있었다.)
이렇게 하다보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수업 준비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효율적이지 못한 것이다.
수강계획서와 선배들의 조언을 많이 참고해서
빡센 수업은 1~2개 정도 듣고 나머지는 비교적 여유로운 수업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그 다음으로 추천하는 것은 아티클을 틈틈히 읽는 것이다.
사실 나도 잘 실천이 되지는 않지만,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논문이나 서적들을 읽어두면
꽤 많이 읽히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아티클을 읽을 때 중요한 부분들을 옮겨 적고 싶다면, 전자기기를 활용하라.
나도 처음에는 노트에 필기해야 더 머리에 잘 들어오는 것 같아서 노트 필기를 선호했었는데,
나중에 필요한 부분을 찾기도 용이하지 않고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학부 때는 모든 지식을 암기하고 내 머릿 속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노트 필기가 도움이 되지만
대학원 때는 지식을 머릿 속에 저장하기 보다는 언제든지 찾기 쉽게 정리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러므로 컴퓨터 폴더와 파일을 최대한 체계화, 문서화, 전산화해서
필요할 때마다 키워드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리해두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된다.
| # 4. 노트북 vs 아이패드
만약에 노트북과 아이패드가 모두 없다면 무조건 노트북이다.
노트북은 일단 그냥 필수다.
노트북을 살지, 아이패드를 살지 고민이 되는 경우라면
가볍고 들고 다니기 좋은 노트북을 사는 것을 전적으로 추천한다.
사실 아이패드로 왠만한 문서 작성을 다 할 수는 있지만 컴퓨터만큼은 아니다.
아이패드로 한 번 문서를 작성해도 결국 최종적인 편집은 노트북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통계 프로그램이나 각종 프로그램들을 돌리려면 어차피 노트북이 있어야 된다.
반면에 노트북은 이미 있는데 아이패드를 살지 고민이라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아이패드의 구입도 추천한다.
우선 논문을 읽는 데에는 아이패드가 매우 용이하고 상당히 편리하다.
논문 읽기 좋은 어플리케이션들이 앱스토어 다양하게 있는데
이 앱들을 잘만 활용하면 마인드맵도 금방 구성할 수 있고 언제든 써먹기 쉽게 재구성할 수도 있다.
(석사 논문을 쓸 때 굿노트가 굉장히 도움이 됐었다.)
정리하면 노트북은 필수, 아이패드는 선택.
| # 5. 대학원 생활도 사회 생활이다
사실 이 부분도 상당히 스트레스다.
'나는 대학원에 공부를 하러 왔는데 왜 이런 것까지 해야 되는 거지?' 라는 생각에 분노한 적도 있다.
학과행사 참여하기, 교수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 등등은 뭐 당연한 거고
그 밖에도 몇 번의 수모를 견디기 위해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사실 나는 교수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생각보다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이상한 부분에서 화내고 상처주는 교수님들도 있다 ㅠㅠ.
좋은 교수님들은 인성 바르고 공부만 열심히 해도 좋게 봐주시지만
가끔 그런 것과 상관 없이 더 많은 것(?)을 요하는 사람도 있다.
굳이 맞춰주기 싫고 무시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직접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기에
웃는 얼굴로 잘 대하거나 아부하는 듯한 말들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는 너무 스트레스 받진 말고
'적당히 맞춰주고 나는 내 길을 가겠다, 방해만 마라' 라는 마음가짐으로 살면 되는 것 같다.
어차피 내가 인정받고 싶은 교수님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뭐 괜찮다.
지도교수님으로부터 인정받으면 되고, 학업과 인품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교수님들에게 인정받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건강 관리 잘하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걸려보지 못했던 병들을 많~이 걸려봤다 ㅋㅋㅋ
술도 많이 먹고 잠도 줄어들고 스트레스는 쌓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취미 생활이나 여가 시간도 틈틈이 즐겨가며 충실하게 학업을 이어가다보면
대학원 졸업도 차근차근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
NOTICE
- 이 포스팅은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 필자는 사회과학 분야이므로 다른 학문 분야에 있으신 분들의 경험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따라서 본인의 학문 분야와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참고하시길 권장합니다.
[대학원 TIPS] 대학원에 가기 전 알아두면 좋은 것들 #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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